컨테이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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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플레이에서 <컨테이젼>이라는 영화를 봤다. 사실...12월에 시작했는데 보다가 피곤해서 잠든 뒤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발견해서 OS 업데이트를 하는 동안 전부 봤다. 아니 그런데 어쩐지 배우들 얼굴들이 조금씩 낯이 익더라니 출연진이 엄청 호화네?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죽는다. 남편 미치가 원인을 알기도 전에 아들마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불가사의한 증상을 보이며 죽어간다.

  • 감독 : 스티브 소더버그
  •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우
  • 개요 : 재난,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 / 2011

출처 : 왓챠플레이

러닝타임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엔딩롤을 빼면 1시간 30분 정도… 전염병 소재인데 좀비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한국 영화 중 <감기>와 비슷하다. 사물에 대한 접촉으로 굉장히 쉽게 빠르게 감염이 일어난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전염병 소재 (좀비물까지 다 합쳐서) 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이 영화는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의 얼굴 혹은 잔혹사 (죽이고 뺐고) 및 생존 (바리케이트, 도시 고립 등) 보다, 좀더 현실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병의 발발과 확산, CDC에서의 백신 개발 과정, 그 과정에서 확산되는 수많은 가십과 청문회, 국가적 회의…. 이 모든 것을 생존이 주가 되다가 잠깐 난장판이 된 회의장을 비추던 다른 영화보다는 훨씬 격식을 갖춰서 보여준다.

그러다 마지막 쯤에 가면 이 영화는 중요한 현실적 문제를 던진다. 그래, 백신을 개발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2011년인데 (지금은 2020년이고) 돈과 시간만 있다면 백신을 개발하는 게 무슨 문제겠는가. 진짜 문제는 전 지구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백신의 물량을 확보하고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맞을 기회를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락 아이들의 백신 우선순위보다는 미국 CDC 관계자들의 가족에게 백신 우선순위가 더 높게 돌아간다는 점을 비추면서도 전염병이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굳이 보여주는 건 너무 겹겹이 쌓인 편견 아닌가. 전염병이라는 건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현대 사회의 공장식 축산에서는.

잘 만들었고 짜임새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언뜻 보이는 서구 중심의 편견이 겹겹이 쌓인 장면들은 좀 피곤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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